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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교육융합

유전자 기술과 식량주권: 농업의 미래는 누구 손에 있을까?생명공학의 진보는 자립을 보장할까, 의존을 심화시킬까?

by insight2127 2025. 4. 19.

 

식량을 생산하는 기술, 곧 힘이 된다. 

전 세계는 지금도 끊임없이 식량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 변화, 인구 증가, 토양 황폐화, 병해충 발생이 모든 상황 속에서 농업은 점점 ‘음식을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서 국가의 전략적 핵심 영역으로 간주된다. 특히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은 작물의 생산성과 내병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전 세계 농업을 주도하는 몇몇 다국적 기업 중심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해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이다. 

 

 

유전자 기술이 가져온 농업의 변화

유전자 기술은 농업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도구다. 특정 작물을 유전적으로 조정하여 병해충에 강하고, 기후에 잘 적응하고, 영양이 강화된맞춤형 작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예시로는 다른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음과 같은 작물들이 있다:

  • CRISPR 기술로 가뭄에 견디는 밀
  •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진 파파야
  • 갈변을 방지한 버섯 등

이러한 작물은 농약 사용 감소, 수확 안정성 향상, 식량 안보 확보에 기여할 수 있지만, 기술의 소유 구조를 살펴보면 우려할 점도

적지 않다.


식량주권이란 무엇인가?

식량주권(Food Sovereignty)한 국가 또는 지역사회가 자국의 식량 정책과 생산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는 단순한식량 자급률의 개념을 넘어서, 누가 종자를 통제하고,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며, 누구를 위한 생산인가를 따지는 개념이다. , 식량주권은 곧 한 나라의 경제적 자립, 정치적 독립,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개념이다.


유전자 기술이 식량주권을 위협하는 방식

1. 종자 특허와 기술 독점

 

다국적 바이오 기업들은 유전자 기술로 만든 작물에 대해 지적재산권(특허)을 갖는다. 이 경우 농부는 매년 종자를 재구매해야 하며, 종자 재사용이나 교환은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한다.

: 미국의 몬산토(Monsanto) GMO 대두, 옥수수 등을 특허로 관리하며 전 세계 수많은 농가를 자사 종자 의존 구조로 묶어둠

 

2. 농업 기술 접근의 불균형

선진국과 대기업은 유전자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주도하지만, 저소득 국가나 소규모 농가는 기술 접근이 제한된다. 이는 기술의존을 심화시키고, 저소득 국가의 농업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주 원인이다. 

3. 현지 품종의 소멸

대량 생산을 위한 단일 유전형 작물이 확산되면서 그 지역의 전통적 지역 품종이 빠르게 사라진다. 이는 식문화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그 지역에 맞는 품종이 사라지고 우성종만이 증가하며 농업생태계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이유가 된다. 

 

실제 사례: 식량 자립을 위협받는 국가들

  • 인도: Bt면화 도입 후 많은 농민들이 특정 회사 종자에 의존하게 되었고, 자가 재배를 위한 토종 종자 시스템이 크게 약화됨
  • 아프리카 일부 국가: 다국적 기업의 기술이원조형태로 들어오며 자국 종자 개발 능력이 저하됨

기술의 도입은 단기적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자립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1. 국가 차원의 종자 주권 강화 : 종자는 단지 농업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국가 식량체계의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유전자 기술이 민간 대기업 중심으로 상용화되며, 많은 국가는 자국 내 종자 개발과 보존에 소홀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기간은 토종종자 보존, 품종개량, 종자은행을 설립하여 해외종자기업 의존도를줄이고 우리 농업의 자립성과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 한국농촌진흥청의 국립종자원, 인도의 국립종자공사(NSC) 등

 

2. 공공 기술 중심의 유전자 기술 개발 :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은 현재 대부분 민간 바이오기업의 주도아래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기술 특허는 기업에 집중되고 그 사용권한 또한 제한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공립연구소나 대학 중심의 개방형 기술 개발 모델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중소 농가와 개발도상국도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식량 기술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예: 국제미작연구소(IRRI)의 개방형 품종 기술, CGIAR의 공유 연구 네트워크 등

 

3. 농민 권리의 법제화 :

농업의 최전선에 있는 농민은 종자의 생산자이자 보호자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특허기술이 확산되며 종자 재사용, 교환, 보존에 대한 농민의 권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농민이 자신이 재배한 종자를 자유롭게 보존하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유전자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농민의 동의, 알 권리, 참여권을 법적으로 명시하여 농민의 역할을 증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예: UN이 채택한 ‘농민과 농촌 주민의 권리선언’(UN Declaration on the Rights of Peasants, 2018)

 

4. 국제 협약 강화 : 유전자 기술과 종자에 대한 통제는 국경을 초월한 이슈다. 따라서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협력해
생물다양성 보호, 유전자 자원의 공정한 공유, 기술 독점 방지 등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생물다양성협약(CBD), 나고야의정서, 국제식량농업식물유전자기지 조약(ITPGRFA) 등 다양한 국제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술·정보 공유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유전자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 기술이전 체계 마련도 중요하다.

 
 

기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농업 문제 해결에 분명 기여할 수 있는 도구다. 하지만 그 기술이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에 따라 농업은 자립의 도구가 될 수도, 새로운 의존과 불평등의 구조가 될 수도 있다.식량의 미래를 위한 선택은 단지무엇을 심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의 손으로 심고, 누구의 기준으로 거둘 것인가의 문제다.

 
 
 
 
유전자 기술과 식량주권: 농업의 미래는 누구 손에 있을까?생명공학의 진보는 자립을 보장할까, 의존을 심화시킬까?
 

생각해볼 질문

  • 유전자 기술이 식량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의존 구조를 만든 사례는?
  • 종자 특허 제도는 기술 발전을 위한 정당한 보호일까, 농업 통제 수단일까?
  • 기술 혁신과 식량주권을 조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