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음식,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마트에 진열된 먹거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무농약 이라는 표시를 넘어서 유전자 편집 기술(Gene Editing)을 이용한 식품 또한 우리의 선택지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그 차이를 얼마나 알고 있고, 알 수 있는냐는 것이다. 포장지에 ‘유전자 편집 작물 사용’이라고 표시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그 식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 유전자 편집 식품에 라벨링(labeling, 표시제)을 도입해야 할까? 아니면 안전성 기준만 통과했다면 굳이 표시는 필요 없는 걸까?
유전자 편집 식품이란?
유전자 편집 식품은 CRISPR, TALEN, ZFN 등 기술을 이용해 작물이나 식품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수정한 식품을 말한다. 기존의 유전자 조작 식품(GMO)과는 달리, 대부분 외부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고, 기존 유전자에 국한해 조작해 생산한다.
예를 들어:
- 갈변을 억제한 버섯 (저장성 향상), 저알레르기 밀 (글루텐 단백질 일부 제거), 고지방산 토마토 (영양소 조절) 처럼 이러한 식품들은 기존 작물보다 기능성이 높아지거나, 환경적응력이 향상된 경우가 많다.

라벨링, 왜 필요하다고 주장할까?
1. 소비자의 알 권리
-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기술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선택할 권리는 소비자에게 있다.
-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하더라도, 채식주의자, 환자, 그리고 윤리기준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등 모든 사람의 인식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2. 신뢰 확보와 시장 투명성
- 명확한 표시가 이루어지면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감을 줄이고 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표시가 없을수록 “숨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고 오히려 잘못된 정보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3. 위해성·알레르기 반응 등 대비
- 특정 유전자의 편집 결과로 알레르기 반응이나 부작용이 생길 경우,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 라벨링 정보가 필요하다.
- 식품 안전 사고 발생 시 추적성과 책임성 강화
그렇다면 라벨링의 반대 의견은 왜 나올까?
1. GMO와 다른 기술인데 혼동될 수 있음
- 유전자 편집은 외부 유전자를 넣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연적 돌연변이 수준과 유사한 조작으로 평가된다.
- 표시를 강제하면 GMO처럼 불필요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할 수 있어 개발,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 라벨링 기준이 아직까지 모호
- 어느 수준까지의 유전자 편집이 표시 대상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
- 편집된 식품이 아닌, 이를 이용한 가공품은 어떻게 분류하고 처리할 것인지?
- 국가마다 규정이 달라 표준화에 어려움이 있음
[주요 국가들의 라벨링 정책 비교]
국가 | 유전자 편집 식품에 대한 라벨링 |
미국 | 외래 유전자 없는 경우 표시 의무 없음 (자율) |
일본 | 일부 식품은 표시 생략 가능, 사전 안전성 검토 필요 |
EU | 유전자 편집 식품도 GMO로 간주, 표시 의무화 |
한국 | 논의 중, 아직 명확한 표시제 기준 없음 (GMO 중심 규제 유지) |
미국은 “안전성이 확보되면 표시 불필요” 입장이고, EU는 “모든 유전자 조작은 표시 의무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정책 방향에 차이가 크기때문에 우리만의 정책과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 인식은 어떨까?
한국 식품안전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 식품에 대해 "표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0%를 넘는다. 기술적 이해와 상관없이,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식품이 아닌 기술의 이름이 소비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냥 토마토가 아닌 ‘CRISPR 토마토’라는 말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라벨링을 해야할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안전한 기술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GMO보다 더 정밀하고 안전하다고 해도, 소비자의 인지와 수용성은 단순한 과학적 설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신뢰는 정보의 개방성과 선택의 자유에서 시작된다.
유전자 편집 식품의 라벨링은 기술을 거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기술을 더 잘 받아들이기 위한 사회적 도구다.
생각해볼 질문
- 유전자 편집 식품의 라벨링은 어디까지 의무화되어야 할까?
- ‘기술 기반 안전성’과 ‘소비자 감정’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까?
- 표시 의무가 소비자 혼란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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